2011년 11월 9일 수요일

박동천 교수님의 "미국을 어떻게 봐야 하나"에 대한 의견

교수님 글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정치적 영향과 경제적 영향이 혼재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 부분은 조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정치적 관계를 말해보자면,
제 생각엔 미국에 대한 반감이 있다면 그것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안위를 확보하려 했던 이승만 이래의 정권들의 행태들에 대해 미국이 취해온 입장이 대다수 한국 국민들의 이익과 권리가 아니라 기득권층의 이익과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에 부합했다는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당성없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미국과의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된 측면을 부정하기 힘들다고 보며, 지금의 경제적 우위로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열세를 주장하면서 미군 주둔의 당위성을 내세워 불평등한 SOFA 협정도 손대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그런 반감이 전혀 근거없다고 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도 사실상 SOFA 협정을 개정하지도 못했고, 미군기지 이전 비용의 대부분을 떠안았으며, 미국의 요청에 파병까지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꽤나 자주적이었다고 기억하는 지경이니까요.
이미 우리나라 외교는 대미외교 외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보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는 더 이상 미국과 접촉면적을 늘리는 것보다는 좀 더 다각화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지금은 훨씬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추진하는 한미 FTA는 아예 하나의 경제적 단위로의 통합을 향하고 있는 듯 해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따라서 제 입장은 미국에 대한 경계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거리 유지가 좀 더 타당한 방향이 아닌가 합니다.
미국의 다원성을 말씀하셨습니다만, 이라크 전쟁을 통해 드러난 것들은 미국의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우리와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이 오바마를 당선시키긴 했습니다만,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킨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량은 있어보입니다. 또한 오바마가 우리에게 부시와 뭐가 다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미국 시민사회가 거기까지 생각해줄 여유가 있어보이지도 않구요.
중간에 등장하는 김기협 서중석 두 분에 관련된 부분은 제가 배경지식이 많지 않아 판단하기 곤란하니 제쳐두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쪽은 전문가이시니 이 정도로 정리하고요.

경제적 부분을 말해보자면,

먼저, 경제에 있어서 미국과 맞짱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와 개미가 맞짱을 뜰 수는 없는거죠.
한국은 모든 자원을 동원해도 미국시장을 장악할 수 없지만, 미국은 적은 자원으로도 한국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파산 직전의 리먼 브라더스를 아무것도 모르고 인수하려고 했던 수준으로 대등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가당찮은 일입니까? 아무리 월가가 무너지고 있다고해도, 그 주도권을 우리에게 양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미국이 보기에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합니다.
GDP 기준 세계 14위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으며, 자국의 이익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미국에 대한 의존을 유지하려고 하는 세력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이런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게다가 2위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지리적 중요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은, 당장의 투자이익보다도 후일의 손실 방지 측면에서 미국에게 한국은 결코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나라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일정한 투자 수익까지도 보장해주고 있는 실정이니 더욱 매력적이겠죠.
아직 민영화되지 않은 많은 공공 영역이 그들에게는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어보일 겁니다. 이미 저개발국에서조차 그런 것을 통해 돈을 벌어왔던 그들이니까요.
이미 여러 민자유치사업을 통해서 한국은 글로벌 호구로 인증된 것이 확실합니다.
알짜배기 수익을 보장하는 경쟁력 세계 1위의 국제공항을 민영화하려는 계획 따위가 그럴듯하게 등장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FTA 없이도 이미 상당한 잠식이 이뤄졌습니다. 네거티브식 개방에 ISD까지 더한다면 이게 어디로 갈지는 불보듯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국력은 한국보다 엄청나게 더 센게 맞다고 봅니다. GDP기준 경제규모 17배 차이를 두고 보호장벽을 거두고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봅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우리가 보호무역을 하지 않았다면 삼성이나 현대같은 대기업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장하준 교수의 지적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2009년 GDP기준 경제규모에서 미국은 14조2563억달러로 1위, 한국은 8325억달러 정도로 15위랍니다. 일본은 5조 675억 달러로 2위, 중국은 4조 9092억달러로 3위입니다. 그 외에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스페인, 캐나다, 인도, 러시아, 호주, 멕시코 순으로 이어집니다.
미국은 한국의 17배에 달하는 규모죠. 장하준 교수가 말하듯, 이런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보호장벽 없이 직접 상대해서 대등한 경기를 하라는건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투자기회에 있어서 한국은 그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경제적 종속은 더 강화되겠죠.
게다가 정치적 군사적으로도 미국에 상당한 의존을 하고 있으면서, 이 나라의 지배세력이 뼛속까지 친미라고 할 정도로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의 이익을 스스로 지켜낼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 아닙니까?
이미 위키리크스 외교문서를 통해서 정권 수뇌부와 외교부의 행태가 상당히 알려져 있습니다. 자국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저들을 보면서 FTA가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노무현 정부가 보여준 정도의 자주성은 보여줘야 할텐데, 지금의 정부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보여준 외교부의 행태는, 우리가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봅니다.
우리보다 훨씬 경제규모가 큰 세계 2위의 일본이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고 있지 않는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10위 캐나다와 14위 멕시코가 미국과의 FTA를 통해 어떤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는게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특히 멕시코의 경제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의 교역이 상호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그것이 과연 FTA의 체결까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점은 의문입니다.그리고 주요한 개방 대상인 서비스 시장은 상호이익보다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일관적인 국가적 정책이 과연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이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FTA에 있어서는 미국 정부의 정책보다는 미국 경제계의 정책 내지 방향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즉, 이 문제에서는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보다는 월가의 한국에 대한 투자전략이나, 미국 농축산업의 한국 시장 확대전략 등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그런 부분에서는 상당한 일관성과 전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미국 쇠고기 업계의 정책, 미국 투자금융사의 정책 등은 나름 일관적이라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로비든 국익을 위해서라고 합리화해서든, 미국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주어 방향을 이끌어갈 것이 당연하고, 그렇다면 과연 대등한 경쟁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FTA를 체결하지 않은 지금의 경제상황도 미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 이런 정도의 개방으로도 이미 15위의 경제대국 만들었지 않습니까?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 소장도 관세 몇 % (자동차부품의 경우 2.5%라고 합니다) 정도로는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고, 오히려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그렇게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 더 설득력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FTA는 투자부문의 개방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이런 측면에서도 아직 개방이 이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월가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굳이 그 쪽 경제와의 통합을 향해 나아갈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지금 수준의 개방에서도 론스타가 보여준 활동이 우리 경제에 바람직한 방향이었나 하는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는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부분은 GM의 대우차 인수와는 또다른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게 미국이 중요한 정도에 비해 미국에게 한국이 중요한 정도가 훨씬 낮다는 말씀은 일면 맞는 것 같지만, 그건 양측의 상호중요도를 비교하실 것이 아니라, 미국이 상대하는 다른 나라들 간의 비교를 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면서 다루기 쉬운 이른바 호구도 흔치 않아 보입니다. 4대 선결조건으로 협상력을 스스로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쇠고기 수입 협정에서 보여준 협상력 및 협상 의지의 부재, 그리고 한미 FTA 협정문을 제대로 읽어본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이걸 비준하겠다고 날치기까지 시도하려고 하는 의회를 보면, 이런 시장을 그냥 내버려두는게 더 이상할 정도입니다.

"미국은 강하다"라고 할 때 우려하는 점은 그들이 단순히 한 국가가 아니라, 초국적 기업에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농축산업에서의 몬산토, 카길 등 전세계적 악명을 떨치는 기업들에게 지금의 개방 정도를 넘어서 아예 내국인 대우로 모든 규제를 철폐하려는 시도는 정말 위험해 보입니다.
자신들이 먹을 작물 대신 커피농사로 농업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보여주는 현실은 결코 FTA이후의 우리와 멀지 않게 보입니다. 주식인 쌀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심지어 보호할 의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까지 무시하고 추후 재협상 가능성을 미국에 조언까지 했던 협상책임자를 가진 나라의 국민들이 이를 우려하는게 그저 기우일까요? 대다수 미국 국민들은 공정하고 합리적인지 모르겠으나, 초국적 기업들의 횡포를 막을만큼의 힘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그들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과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을지 의문입니다.
사실상 FTA가 한미 양국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런게 있다고 해도, 그게 반드시 지금의 FTA라는 수준의 개방으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미 FTA는 미국의 1%와 한국의 1%만을 위한 정책일 뿐이라는게 거칠지만 제 결론입니다.

최소한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인데,
지금의 정부 여당은 자신들도 뭔지 모르는 것을 무리하게 날치기 통과시키려 하고 있으니,
일단은 이를 막는데 힘을 집중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행동하고 있습니다.
일단 비준하고 나면 재협상이나 폐기는 매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재논의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 논의 결과에 따라 처리 방향을 정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 협정의 의미와 자신이 받게될 영향에 대해서 아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독소조항 제거 후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구요.
차근차근 따져봐서 정말 득이 있다면 못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쪽과 손해보는 쪽이 이를 어떻게 나눌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겠죠.
다만 그것이 1%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또다시 낙수효과 운운하는 주장에 휩쓸리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이런 논의과정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정책 방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국민들간의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의와 보완책 등을 준비해 대안을 마련하고 그 중에서 국민투표 등의 선택과정을 거친다면 지금과 같은 육탄 충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우리가 충분히 민주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예 라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이러한 과정에 대한 합의는 당연히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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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과연 두렵기만 한 '마귀'인가?
[박동천 칼럼] 미국을 어떻게 봐야 하나
프레시안 2011-11-08 오후 2:13:16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107235101&section=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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